그리움과 사랑에 관한 중단편소설 모음집! 「그 여인의 초상(肖像)」 (허묵음 저, 보민출판사 펴냄)
그리움과 사랑에 관한 중단편소설 모음집! 「그 여인의 초상(肖像)」 (허묵음 저, 보민출판사 펴냄)
이 소설모음집은 세 편의 중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는 자신의 글을 통해 독자들이 따스함을 느끼기를 바래서일까? 하나하나의 소설에는 각기 다른 따뜻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첫 번째 중편소설 ‘그 여인의 초상’에서는 어렸던 시절 잠시 잠깐 마주친 남녀가 첫눈에 서로에게 끌리지만, 여자에게는 이미 부모님들끼리 약속한 정혼자가 있어 만날 수 없게 되면서 겪는 이야기로, 30년이 넘도록 만나지 못하고 서로가 그리워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두 번째 단편소설 ‘처음 그 자리 그 시간’은 풋풋했던 첫사랑의 남자친구가 교통사고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면서 여주인공이 슬픔 속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로서, 어느 날 공원에서 낯선 남자를 만나고부터 벌어지는 훈훈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 번째 단편소설 ‘사과밭 가는 길’에서는 남자주인공이 힘든 시기를 보내는 동안에 후원회 자원봉사자 여성의 친절한 전화 목소리에 관심이 가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서, 우리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는 이야기이다. 분명 세 가지 중단편소설 모두 각기 다른 세 편의 단편영화를 보는 듯이 독자 여러분들의 흥미를 사로잡을 것이다.
“하얀 피부에 시원하게 큰 눈을 가진 둘째 딸은 이목구비가 뚜렷하여 이국적인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 미소를 머금고 있는 그녀의 청초한 얼굴에 자꾸 눈길이 가는 것을 수줍어하는 자신을 보며, 진우는 많이 당황했다. 시선을 어디로 두어야 할지 허둥대며 꽃밭으로 눈길을 돌리자, 이름을 알 수 없는 갖가지 색깔을 띤 꽃송이들이 당황하고 있는 자신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양가(兩家) 부모님들과 자녀들, 합해서 아홉 사람이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누는 자리였기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진우의 어색하고 서투른 모습은 딱 들켰을 뻔한 그러한 모습이었다.”
- 본문 「그 여인의 초상」 中에서
“빗방울은 굳이 우산을 쓰지 않아도 될 만큼 한 방울 두 방울 내리기 싫다는 듯 천천히 떨어지고 있었다. 그곳은 지어진 지 몇 년 되지 않은 제법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단지였다. 그곳에서 동훈 집까지는 마을버스로 가도 십여 분 거리여서 멀지 않았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여자가 병원에 가는 것을 왜 싫다고 했는지, 아는 사람을 부르지 않고 생판 모르는 남자에게 왜 도움을 청하였는지, 궁금증이 일었다. 그 사연은 알 수 없다 해도 어려운 처지에 처한 젊은 여성을 도울 수 있었다는 것, 도움을 받는 여성이 자신을 믿어주었다는 것이 왠지 뿌듯했다.”
- 본문 「처음 그 자리 그 시간」 中에서
“가로수 은행잎이, 청명한 가을 햇볕에 노랗게 물들어 눈부시게 반짝이는 십일월 초순 어느 날, 준혁은 생일을 맞게 되었다. 자녀들로부터 생일 축하금을 받은 준혁은 이 돈을 ‘고삼모’에 후원금으로 보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아마도 ‘착한 양심’들이 모여 ‘아름다운 세상’ 한 편(篇)을 만들고 있는 그곳에서 지금도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을 그 여인의 음성을 다시 듣고 싶은 바람도 작용했을 것이다. 오늘은 또 어디서, 어떤 나쁜 소식을 듣게 될까, 하루하루 긴장하고 불안해하던 그 시절, 따뜻하게 다가와서 유일한 위안을 주었던 그 음성은 고마운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 본문 「사과밭 가는 길」 中에서
어느 새부터인가 우리는 소설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소설이란 인간의 상상과 감정의 표현을 나열한다. 현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지친 우리 자신의 모습은 어쩌면 작은 것 하나까지도 쉽게 지나쳐버리기가 십상일 것이다. 그래서 세 가지 색깔의 각기 다른 따뜻한 소설모음집 「그 여인의 초상(肖像)」은 세상이 아무리 힘들어도 희망을 가지고 그것을 이겨내고, 삶을 꿋꿋이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대화가 필요하다. 아마도 작가 또한 소설을 통하여 세상과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독자 여러분들에게 따뜻하고 훈훈한 이야기들이 담긴 이 소설 모음집을 추천하는 바이다.
(2022년 4월 30일 출간 / 허묵음 저 / 보민출판사 펴냄 / 348쪽 / 신국판형(152*225mm) / 값 15,000원)
